2021년 11월 7일 “살아도 제대로 살고, 죽어도 잘 죽을 수 있었으면"

관리자
2021-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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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에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 있습니다. 故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책입니다. 故 장영희 교수에게는 ‘광팬’(열광적인 팬)이 많습니다. 한국 영문학계의 대부인 장왕록 교수의 딸이면서 아버지를 뒤이어 영문학자가 되었다는 점,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로 인해 1급 장애인으로 살았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씩씩하고 밝게 살아왔다는 점이 그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2001년에 유방암 선고를 받고 성공적으로 치료했으나 3년 후에 암이 척추로 전이되어 지독한 투병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절대 굴하지 않고 세상과 인생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주옥같은 글들을 남겼습니다.

   두 번째 투병을 통해 암이 완치된 줄 알았는데 다시 간으로 전이되었음이 드러났고, 또 한 번의 장렬한 싸움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책의 말미에서 그는 “내가 희망을 너무 크게 말했나?”라고 반문합니다. 이것은 세 번째 암 전이 소식을 듣고 한 말입니다. 자신이 희망을 너무 크게 떠들고 다녀서 운명의 신이 그에게 복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생각을 고쳐먹습니다. 그는 ‘악한 운명의 신’이 아닌 ‘사랑의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끝까지 희망을 떠들고 살 거라고 말합니다.

   상담학에서는 사람이 임종을 맞을 때 보통 다섯 단계를 지난다고 합니다. 첫 번째가 부인(Denial)의 단계입니다.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때에는 어떤 위로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두 번째가 분노(Anger)의 단계입니다. 죽는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 없게 되면서 분노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이런 환경에 처하게 된 탓을 환경과 이웃에게 돌립니다. 신앙인들은 하나님에게 책임을 돌리며 원망하기도 합니다. 세 번째가 협상(Bargaining)의 단계입니다. 기도가 변합니다. “아이들이 대학교 갈 때까지만 살려주세요.” “몇 년만 더 살게 해 주시면 가진 재산을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 하나님과 흥정하는 단계입니다. 네 번째가 우울증(Depression)의 단계입니다. 죽음의 불가피성을 수용하면서 이웃을 기피하기 시작합니다. 대화도 나누려 하지 않고 사람도 만나지 않으려고 합니다. 홀로 눈물을 흘리며 슬픔에 젖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무리하게 기분을 북돋아주려고 한다든지 즐겁게 해주려 하지 말고 같이 있어 주고, 옆에서 지켜보며 스스로 이 단계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해 주어야 합니다.

   다섯 번째가 수용(Acceptance)의 단계입니다.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단계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정신적인 갈등을 느끼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럴 때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단계는 임종을 맞이할 때뿐만이 아니라 중병에 걸렸거나 이혼을 하거나, 사업에 실패했거나, 직장을 잃었거나, 큰 상실을 맛보았을 때에도 비슷한 모양으로 거칩니다.

   저는 장영희 교수의 글을 읽으면서 그가 이미 죽었지만 죽은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싸움에서 졌지만 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육신으로는 우리와 함께 있지 않지만 어디선가 그의 상징과도 같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암이 재발하기 전에 그는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삶의 요소요소에 위험과 불행은 잠복해 있게 마련인데, 이에 맞서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 불패의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숭고하다. 그러나 희망이 없다면 그 싸움은 너무나 비장하고 슬프다. ... 희망을 가지지 않는 것은 죄다. 빛을 보고도 눈을 감아버리는 것은 자신을 어둠의 감옥 속에 가두어 버리는 자살행위와 같기 때문이다.”

   장영희 교수는 세 번째 싸움에서도 이기고 싶었습니다. “내 계획에 죽음은 없다”라고 공언하며 살았습니다. 그랬더라면 참 좋았을 것입니다. 사는 것은 어쨌든 좋은 일이며 성공하고 승리하고 번영하는 것은 감사할 일입니다. 하지만 죽어도 사는 길이 있으며,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 삶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살아도 제대로 살고, 죽어도 잘 죽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21년도 이제 두 달 남짓 남았습니다. 이번 달부터 우리나라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산성교회 성도님들 모두 어려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올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시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패배하지 않는 삶, 마지막까지 소망을 붙들고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생명이 회복되는 공동체 산성교회 대전 &세종을 꿈꾸며
여러분을 섬기는 지성업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