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1일 “감사는 진실로 복된 삶에 이르는 길입니다.”

관리자
202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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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주일은 추수감사 주일입니다. 추수감사절의 유래는 미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유럽에서 대서양을 건넌 후 아메리카 신대륙에서의 첫 해를 보낸 청교도 들이 11월 셋째 주일에 하나님께 감사함으로 추수한 곡식들을 드리면서 시작된 추수감사절이 이제는 기독교의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11월 셋째 주일이 지난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키고 있는데, 저에게는 마치 우리 명절 ‘추석’과 비슷한 의미로 비추어졌습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리는 추석에 형제자매가 모여 조상을 공경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청교도들의 추수감사절에는 지난 삶 가운데 함께 하셨던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감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교회에서도 우리에게 신앙을 전해준 미국 교회의 영향으로 인해 전통적으로 11월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 주일로 지켜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기가 우리의 추수 때와는 맞지 않다 보니 몇몇 교회에서는 추석 전후를 추수감사절로 지키기도 합니다. 우리 교회에서도 초창기에는 11월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지켜오기도 했고, 또 추석 직후를 추수감사절로 지켜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추석이 음력이다 보니 그 날짜가 일정하지도 않아서 결실의 의미를 가장 잘 지킬 수 있는 10월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 주일로 정하여 지키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추수감사절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절기가 ‘초막절’인데 대략 10월 15일 경이기에 우리 교회에서 지키는 10월의 셋째 주일은 아주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추수감사절을 지키는 우리의 마음입니다. 농경사회에서 살고 있지 않은 것이 오늘 우리의 삶이어서 그런지 ‘추수감사절’이 조금은 소홀히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추수감사절’의 본래 목적이 한 해 동안 지켜주시고 보호해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절기라는 것을 마음에 두고, 올 한 해 동안 순간 순간 인도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기억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정성을 하나님께 드려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영향으로 우리는 감사를 더 많이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서로를 향한 고마움보다는 원망과 불평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감사하기보다는 탄식과 불만이 불끈불끈 치솟고 있습니다. 사랑의 언어보다는 비난과 책임을 떠넘기는 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 진정한 감사의 회복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대를 만났습니다.

   오래전 “좋은 생각”이라는 잡지에 차은정 님이 기고하신 아름다운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극장을 운영하시던 아버지 사업이 잘못되어 우리 집은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생선장사를 시작하셨고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비린내를 풍기며 들어오셨습니다. 난생처음 해보는 장사에 무척 힘들어하셨기에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은 언니와 내가 도맡았습니다. 그 시절 내 도시락 반찬은 언제나 푹 시어 버린 무김치였습니다. 지금 같은 배짱이라면 당당하게 친구들 앞에 꺼내 놓고 먹겠지만, 그때는 어찌나 창피하던지 하루 중 점심시간이 제일 싫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점심시간, 어제와 똑같이 무김치가 전부이겠지만 그날 따라 마음이 더 무거웠습니다. 머뭇거리던 나는 잠깐 물 좀 먹고 오겠다며 교실 뒤편으로 가 넘어가지 않는 물을 억지로 한 컵 들이켰습니다. 자리로 돌아오자 그때까지 기다리던 친구들이 어서 밥 먹자며 재촉했습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뚜껑을 열었는데 놀랍게도 거기에는 팍 시어 버린 무김치가 온데간데 없고 달걀말이에 햄 같은 먹음직한 반찬들이 들어있었습니다. 어리둥절하여 친구들을 바라보니 모두들 시치미를 뚝 떼고 내 무김치를 맛있다는 듯 베어 먹고 있었습니다. 순간 나는 다시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눈물이 핑 돌고 목이 메어 왔습니다. 그날 점심은 어떻게 먹었는지... 그날 이후 나는 도시락을 더 이상 창피해하지 않고 떳떳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내 사정을 알아주고 창피한 마음을 모른 척해 주었던 고마운 친구들, 6학년 때 전학을 가는 바람에 얼굴과 이름은 다 기억나지 않지만,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다들 그때 그 따스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상황이 힘들수록 어려움도 크지만 동시에 그 상황 속에서 서로를 향한 사랑이 꽃피울 수 있는 기회들도 많아집니다. 우리 모두는 코로나로 인해 잃은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에 대한 깨달음도 주어집니다. 일상을 잃어버리니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더 절실하게 느낍니다. 가장 지혜로운 것은 잃기 전에 소중함을 깨닫고 살아가는 거라고 합니다. 잃은 것도 있지만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들이 훨씬 더 많이 있습니다. 상황은 어렵지만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아름다운 관계들과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에게 허락된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를 회복하는 추수감사 주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 어려운 시기에 더욱 사랑하고, 더욱 배려하고, 더욱 아끼며 더욱 감사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생명이 회복되는 공동체 산성교회 대전&세종을 꿈꾸며
여러분을 섬기는 지성업 목사 드림